"블록체인, 토큰증권을 막연히 어려워하고 리스크만 부각시키기보단 어떻게 이것들을 법제화할 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이하 핀산협)와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DEFI)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토큰증권 세미나를 열고, 토큰증권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토큰증권 시장에 관한 한국·일본의 정책과 사례를 비교·분석해 양국 토큰증권시장의 생태계 활성 방안과 정책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 현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토큰증권시장 및 규제현황 ▲아시아 디지털 토큰증권시장의 발전 가능성 ▲디지털 기술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의 세부 주제가 논의됐다.
증권업계 "토큰증권 활성화되면 모든 것에 투자하는 세상 올 것"
토큰증권이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토큰증권은 '투자계약증권'의 일종으로 분류되며, '혁신금융서비스'라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발제를 맡은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 현석 교수는 '채권시장 혁신' 과정에서 토큰증권과 블록체인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채권시장에서 분산원장과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이유를 ▲효율성 제고 ▲실시간 결제 ▲운영비 절감 등으로 정리했다. 토큰증권 형태의 '조각투자'를 통해 개인들이 자산에 소규모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현 교수는 "여러 이점이 있지만 아직 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며 "암호화폐 기술 자체가 복잡하고 여러 프로젝트 간 호환성도 낮아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규제 변동성이 높고 제도 정비가 미흡하다. 금융거래에선 개인정보도 중요하기에 사업을 하다보면 개인정보법에 저촉될 리스크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 안인성 디지털부문 부사장은 블록체인이 자본시장 디지털화를 위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당시 동학개미운동을 언급하며 "5년, 10년 사이에 증권업의 디지털화가 심해졌고 투자 환경도 바뀌었다. 토큰증권이 활성화되면 음악저작권, 명품, 부동산 등 모든 것에 투자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 부사장은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다"며 "기존의 주식, 채권 발행을 넘어서 토큰증권을 활용한 개별 프로젝트를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에 예상되는 제도적 변화로 ▲토큰증권 전면 법제화 ▲웹3 생태계와 경쟁하는 신종증권의 발행 등을 꼽았다.
안 부사장은 "21대 국회에서 아쉽게 법제화가 좌절되고 22대 국회에서 토큰증권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는데, 디지털 투자상품을 만들면서 어떻게 고객보호를 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 "토큰증권을 이용했을 때 고객에게 훨씬 이로운 상품을 발행해야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업계에 조언했다.
법제화로 산업 안정성 확보하고 기초자산별 '맞춤형 규제' 나와야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토큰증권 법제화의 필요성과 함께 바람직한 규제 방향에 대한 업계 의견이 나왔다.
바이셀스탠다드 신범준 대표는 일본의 토큰증권 산업 발전을 통해 국내 토큰증권 법제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 2020년 금융상품거래법(FIEA)과 자금결제법(PSEA)을 개정해 토큰증권의 법적 지위를 확립하고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 법제화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성 향상을 보장하며 토큰증권 산업 성장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여러 핀테크 기업과 더불어 미쓰오 뱅크, SBI홀딩스, 다이와 증권 등 일본의 금융 기관도 법적 안정성 아래 토큰증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신 대표는 "일본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 덕에 가이드라인만 존재하는 한국보다 더 빠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며 "한국은 토큰증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가 마련되지 않았기에 기업들이 혁신적 금융 상품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명확한 법적 지위와 규제 체계는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요한 요소"라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의 법적 프레임워크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우영 뮤직카우 변호사는 같은 토큰증권이라도 획일적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신 변호사는 "토큰증권 제도화 성공의 관건은 기초자산이 갖는 매력도를 얼마나 잘 반영해 시장을 형성했느냐에 달려있다"며 "모든 자산을 획일적인 규제로 규율한다면 토큰증권의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를들어 토큰증권의 기초자산이 음악저작권이라면 관련 규제를 만들 때 저작권법과 해당 업계의 관행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산업별 법규나 제도의 특수성을 감안해 규제가 설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ZDNET KOREA / 정석규 기자
원문 : https://zdnet.co.kr/view/?no=2024080819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