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에 이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업권법' 마련을 위한 2단계 입법을 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용자보호법이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산업을 진흥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법제도를 명확히 해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자보호법만으론 안 된다
19일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규제 체계가 어느정도 갖춰지면서 산업을 정의하고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2단계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의 보호 ▲불공정거래의 규제 ▲감독 및 처분 ▲벌칙을 골자로 한다.
즉 가상자산의 거래가 일어나는 과정을 규율하는 법이다.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업계는 여러가지 형태의 사업이 존재하는데, 이용자보호법이 이를 모두 품지는 못하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기반 사업은 거래소 사업 뿐만 아니라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사업,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사업, 블록체인 기반 게임 사업, 블록체인 기반 멤버십 사업, 블록체인 기반 음악 사업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현행 가상자산 관련 법은 다양한 사업들을 품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법제도가 '포지티브 규제' 성격을 띄고 있서, 법에 없는 사업을 영위하기 더욱 어렵다.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관계자는 "규제와 진흥을 맞춰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규제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잘못은 바로 잡더라도, 열심히 사업을 하는 사름들을 진흥하는 정책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제도 부재에 따른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금융 파고 드는 가상자산...공약도 산더미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이 기성 금융에 빠르게 파고 들고 있어 업권법 준비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 홍콩 등 주요 경제 중심국들은 이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해 거래하고 있다. 이더리움 현물 ETF도 다수 국가들이 거래하고 있고, 미국도 이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선 아무런 금지 조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용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여야의 공약도 산적해 있다. 먼저 국민의힘은 ▲가상자산기본법 제정 ▲가상자산전담위원회 설치 ▲거래소 표준 공시제도 등을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가상자산 시장 진흥책도 내놨다. 투자자 보호장치가 확보되면 코인발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 아울러 토큰증권(ST) 입법을 연내 마무리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투자자 가상자산 생태계 자정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완성하고 통합감사시스템 및 개별 거래소 오더북 통합을 통해 자본시장 수준으로 시장 투명성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진흥 측면에선 기관투자자의 시장참여를 허용하고, 안전성이 담보된 가상자산 발행의 조건부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연계상품을 제도권에 편입하고, ST 법제화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도 2단게 입법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을 만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단계 입법도 잘 진행해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전체에 대한 규정 필요..."자율규제도 인정해야"
이에 법조계선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산업 전체를 일관되게 규정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의 발행부터 유통까지 전체를 일관되게 규정해서 사업이 제도권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원희 변호사는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거래소나 커스터디 업체 등만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발행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규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 웹3.0 산업을 선점할 수 있도록 입법해야 한"고 전했다.
또 조재우 한성대학교 블록체인 연구소 교수는 블록체인 산업 전체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래 뿐만 아니라 채굴, 스테이킹, 검증 등 블록체인 안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며 "블록체인 라이프 사이클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조재우 교수는 육성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육성이 중요한게 아니다. 불확실성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게만 해준다면 시장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클 수 있다. 한국은 그정도 역량이 되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규제 기관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자율 규제를 인정해줘야 한다"며 "자율 규제 기구에 어느정도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테크엠 / 이성우 기자
원문 : 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127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