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금융 서비스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물연계자산(RWA)과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전통 금융사와 블록체인 기업들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금융 혁신포럼’에 참석한 제임스 월리스 리플 부사장은 “블록체인 중심의 거대한 금융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라며 홍콩 중앙은행의 사례를 소개했다. 기관용 블록체인 솔루션에 집중해 온 리플은 지난해 홍콩 중앙은행과 손잡고 부동산을 토큰화하는 RWA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RWA는 부동산이나 미술품·국채 등 실물 자산에 연동된 가상자산을 가리킨다.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국경을 초월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월리스 부사장은 “홍콩 부동산 토큰화 사업 과정에서 글로벌 확장성과 유동성 확대 등 RWA의 장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토큰화 가능한 자산의 종류가 늘면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토큰화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인 CBDC도 다양한 구현 기술이 실험되는 단계다. 기존의 해외 송금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조해 해외 계좌 개설 등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CBDC는 개인 간 거래만큼 쉽게 국경을 넘어 주고받으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주요국 중앙은행과 진행하는 국가 간 지급결제 개선 프로젝트 ‘아고라 프로젝트’에는 국내 시중은행 6곳 모두 참가를 신청하며 CBDC에 대한 전통 금융권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정유신 서강대 기술대학원 교수는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하는 CBDC는 디지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승훈 우리은행 혁신기술플랫폼 팀장도 “블록체인 기술이 무르익으면서 은행 지급결제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리플이 지난해 전 세계 9개 지역 금융기관 종사자 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가 ‘블록체인·가상자산 결제를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금융의 기대효과로 투명성(58%), 정산 시간 감축(56%), 비용 절감(55%)을 꼽았다.
시장조사 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지난해 9월 발간한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금융시장이 2032년 793억 달러(약 1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기관부터 중소 업체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을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금융시장의 성장률이 연평균 60.5%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편 리플, 리플의 협력사인 카탈라이즈리서치, 서울경제신문 디센터가 개최한 이날 포럼에서 에미 요시카와 리플 전략기획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과의 강력한 협업 의지를 밝혔다. 그는 “리플은 지난 10년 이상 실적을 증명해왔고 다양한 금융기관에 도입됐다는 점도 다른 블록체인과의 차별점”이라며 “특히 웹3 기술력이 높은 한국을 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하면서 XRPL(리플의 퍼블릭 레이어 1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플은 지난달 초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의 XRPL 솔루션 개발과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XRPL 일본 및 한국 펀드’를 출범한 바 있다.
서울경제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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