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대체불가토큰(NFT)을 활용해 지방활성화를 도모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지역 상징물 NFT를 팔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NFT 보유자에게 디지털 시민권을 부여해 인구를 늘리는 식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3일 일본 컨설팅 기업 유리 그룹이 지난 달 낸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야마코시 마을은 NFT와 웹3 기술을 활용해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인구가 740명인 야마코시 마을은 지역 상징인 비단잉어 품종 니시키고이(Nishikigoi) NFT를 발행했다. 지난 2021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약 42만 3000달러(약 5억 8775만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NFT 발행 수익은 운동회 등 지역 행사에 사용됐다. 유리 그룹은 “이는 야마코시 마을 367가구 당 약 1252달러(약 173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 것과 같은 효과”라며 “적은 예산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농촌 마을에서는 상당한 규모”라고 평가했다.
NFT 보유자에게는 ‘피지털(physital)’ 시민권이 부여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니시키고이 NFT를 판매해 야마코시 인구에 디지털 주민 1700명을 추가했다. 이 숫자를 1만 명으로 늘리는 게 운영팀의 목표다. 디지털 주민에게는 야마코시 탈중앙화자율조직(DAO) 구성원으로서 지역 관련 이슈에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니시키고이 NFT가 거버넌스 토큰으로 사용되는 셈이다. NFT를 기반으로 한 야마코시 다오는 디지털 주민에게 마을에 대한 친밀감을 형성하고자 구축됐다. 야마코시 주거민 입장에서서는 NFT 판매 수익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고, 외부의 다양한 지식을 수혈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야마코시 거주민과 전세계에 흩어진 디지털 주민은 야마코시 지역을 본뜬 메타버스 ‘네오 야마코시 빌리지’에 모여 마을 생활에 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다. 타케우치 하루카 네오 야마코시 빌리지 설립자는 “얼굴을 보이지 않고, 실명 대신 닉네임을 사용하기에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다”면서도 “물리적 제약을 받지 않고 미국에 있든 야마코시에 있든 동일한 문제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메타버스 장점”이라고 전했다.
야마코시 다오는 이 방법으로 안건 6개를 투표에 부쳐 결론을 도출했다. 여기에는 야마코시 주거민의 투표권을 부여하기 위해 이들에게 니시키고이 NFT를 무료로 제공하는 안건도 포함됐다. 타케우치 설립자는 “평균 참여율은 약 40%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일본 최근 총선거 투표율 56%와 대조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참여율이 60~80%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웹3 관련 용어가 여전히 생소하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타케우치 설립자는 “고령층이 대부분인 야마코시 주민에게 기술의 이점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다오 투표 과정도 시연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발달로 해외 디지털 주민 참여를 장려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언어 장벽은 그나마 해소가 됐다.
유리그룹은 “야마코시 모델을 채택한다면 소멸 위기에 처한 일본의 744개 지자체가 약 3억 달러에서 5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어 “저출산 국가로 알려진 일본은 이를 해결할 기회도 갖고 있다”면서 “웹3 기술이 유토피아적 이상처럼 보이지만 미래의 사회적·경제적 현실을 발전시키는 글로벌 합의로 부상할 수 있다”고 짚었다.
Decenter / 도예리 기자
원문: https://decenter.kr/NewsView/2DBLJBTV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