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사람이 타는 '드론 택시' 개발이 한창이다. 이를 만드는 업체가 만약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한다면 이중 어떤 업종코드를 선택해야 할까?
대부분 기업들이 ②번을 택한다고 한다. 드론은 바야흐로 스마트시티 인프라 중 가장 '핫'한 ICT(정보통신기술)융합 분야 대표 기술로 부각된데다 이를 이룬 실시간 통합 관제솔루션 등을 고려할 때 IT쪽에 가깝지 않겠냐는 접근이 많다는 것이다. 틀렸다. 답은 ①이다.
기술특례상장 전문 컨설팅 업체 칸리파트너스의 양회충 대표는 "사람을 태울 정도로 힘센 모터를 개발했다면 그것이 곧 핵심기술이므로 '제조'를 찍는 게 맞는데, 드론 전문업체 임직원들을 만나보면 으레 '우리는 IT야'라고 말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고 말했다. 그래서 IT를 택하면 드론운영시스템만 집중적으로 평가받게 돼 실제 공들여 개발한 모터는 평가항목에서 빠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한 증권사가 이를 놓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도 있다.
양 대표는 오는 13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327호에서 열리는 '글로벌 진출 패스트트랙 아카데미'에서 '기술특례상장 시 주요 검토사항'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번 행사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전문지원기관인 GDIN(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 옛 본투글로벌센터)가 마련했다.
칸리파트너스는 한국거래소 지정 전문평가기관에서 프로젝트 총괄책임자 업무를 수행한 전문가로 이뤄져 있다. 최근엔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 △산업용 ESS △통신용 반도체 및 모듈 제조 △로봇 제조 △유전자 분석 △특수 시뮬레이터 △인공지능·빅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분야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특례상장 컨설팅을 수행중이다.
"기술특례상장이라 쓰고 시장성특례상장이라 읽는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현상) 심화로 투자시장이 얼어붙고,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워지자 '기술특례상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 제도는 기술은 보유했지만 당장 이익을 내기 힘든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2005년 도입됐다. 중소기업이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하면 전문평가기관에서 기술평가를 하고 A등급 이상의 결과를 받으면 상장심사 요건 가운데 이익 요건에 대한 면제를 받는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2010년대 후반엔 실적이 다소 불투명하더라도 자체 기술력을 갖췄다면 어느 정도 상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요즘엔 기업에 대한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기술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상장시켜주지 않는 분위기다. 기술 수준뿐만아니라 재무제표까지 꼼꼼히 따지는 까닭이다. 양 대표는 "신라젠 사태를 시작으로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터져 나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변화가 2022년부터 이뤄졌다"면서 "그만큼 기업들의 치밀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먼저 "기술만 좋으면 되는 줄 알고 메타버스,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을 전면에 내세우려고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거래소 심사 때 '시장성 비중'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평가항목 배점에서 종전엔 기술성 65%, 시장성 35%였다면, 작년 2월 이후론 바이오·의약 분야를 제외한 전 사업 분야가 각각 50%, 50%로 변경됐다. 이 때문에 AI, 자율주행, 메타버스와 같이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아예 없거나 적고 모호한 신기술만을 내세워선 심사기관들의 후한 평점을 얻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양 대표는 "정말로 관련한 R&D(연구개발) 분야를 강조하고 싶다면, 현재 우리 회사는 이런 사업으로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미래 기술들과 결합해 성장하고 확장할 것이란 점을 부각하는 형태로, '기업 연속성'을 보장하는 설명이 이뤄져야 플러스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초격차 기술특례 보단 일반특례 노려라
정부가 특례상장의 문호를 넓히기 위해 작년 초격차 기술특례상장 방식을 신설했다. 초격차 기술 특례 활용이 가능한 기업은 국가전략기술육성법상 국가전략기술(12개 분야 50개 기술, 과기부 지정) 또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상 국가첨단전략기술(4개분야 17개 기술, 산업부 지정)에 해당하는 곳들이다.
기존 기술특례상장을 활용해 상장하려면 기업들은 사전에 전문평가기관 두 곳에서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의 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업종 기업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단수 기술평가를 허용한다. 즉 국가전략기술, 소부장 기업들은 전문평가기관 한 곳의 기술평가 결과만 받아와도 기술특례상장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언뜻 봐선 제도가 간편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양 대표는 "되레 기업에 손실을 끼칠 수 있는 리스크(위험성)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가료가 2000만원 안팎이다 보니 비용 부담이 커 1개 평가기관에서 받아도 된다는 식으로 고쳐진 건데 우리 회사의 기술력이나 매출에 자신감이 충분하다면 활용할만한 제도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초격차 기술특례 제도는 지정받은 검증기관 한 곳에서 A 이상의 평점을 못 받으면 바로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기술특례는 2곳에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말 기술력이 형편없지 않는 이상 떨어질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덧붙였다.
양 대표는 "대부분의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목표한 5년 전부턴 상장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번 글로벌 진출 패스트트랙 아카데미 발표에선 지금까지 겪었던 기업별 사례 위주로 기술특례상장 전반의 과정을 설명하고 최근 바뀐 제도에 맞춘 전략과 노하우를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아카데미는 이 밖에도 △해외법인 설립 △플립 이후 법무관리 △해외 마케팅·홍보 △해외 특허 출원과 IP(특허) 분쟁 대응 전략 △해외진출 시 필요한 기업 회계 △조인트벤처(JV)와 정부 지원 사업 획득 △ 글로벌 성장 전략 등 실무 경험과 사례 중심의 전문가 강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한 GDIN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임무를 맡은 재단법인으로 지금까지 120개가 넘는 해외법인 설립하고 5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낸 바 있다.
머니투데이 / 류준영 기자
원문: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70109415169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