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사와 선장 출신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맵시'는 2020년 해상용 내비게이션을 개발했다. 해양 데이터를 활용한 금융기술(핀테크)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맵시는 지난해 3월 부산시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있는 '부산 핀테크 허브'에 입주했다. 맵시는 이후 부산시의 지원과 BNK금융그룹, IBK기업은행 등의 투자를 받아 탄소배출권 관리 플랫폼을 개발했다. 내년 1월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인 이 플랫폼은 유럽연합(EU) 탄소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가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탄소 배출량과 연료 소비량, 운항 거리 등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어 국내외 선사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맵시는 전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의 스마트시티 분야 혁신상에 선정됐다. 2021년 4700만원에 불과하던 맵시의 연간 매출액은 올해 20억원 정도로 예상돼 불과 3년 만에 40배가량 증가했다.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인 부산이 핀테크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핀테크 허브에는 46개 핀테크 관련 기업이 입주해 있다. 부산 핀테크 허브는 부산시가 2019년 부산국제금융센터와 부산상공회의소에 핀테크 기업 정착과 확장 등 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플랫폼이다.
부산 핀테크 허브에서는 기업 마케팅과 자문, 전문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 사업화를 통한 기업 역량 강화 등 성장 단계별 맞춤형 전문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부산 핀테크 허브에 입주한 누적 기업 수는 97개다. 이들 기업의 누적 매출액은 2245억원에 이르며, 확보한 투융자 규모가 2020년 40억원에서 올해까지 총 712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산 핀테크 허브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은 사업 모델 고도화와 기업 간 협업, 사업 다각화를 통해 투자 유치, 해외 시장 진출은 물론 'CES 혁신상' 수상 등 세계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SK플래닛, IBK기업은행, BNK금융그룹, KDB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주요 선도 기업과 협업해 데이터 기반 마케팅, 사업 모델 고도화, 투자 유치 지원 등이 이뤄졌다.
부산시는 핀테크 기업을 더 많이 육성하기 위해 올해 'B-핀테크 20' 인증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고성장 스타트업을 선정해 사업화 혜택과 전문 자문을 제공하며, 기업들의 사업 고도화를 지원한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5개년간 사업 모델, 매출·투자·고용 항목에서 성장 실적 기준을 달성한 부산의 핀테크 스타트업 20개를 선정·인증해 이들 기업의 사업 고도화를 지원하고 지속 가능한 핀테크 산업 생태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B-핀테크 20에 선정된 기업은 '맵시' '바비루스' ' 지구를 구하는 인간' 등 3개사다. 바비루스는 금융 이력이 부족해 은행에서 대출 등을 받기 어려운 콘텐츠 제작자(크리에이터)에게 특화된 신용평가 기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설립된 바비루스는 서비스 출시 이후 누적 지급액이 120억원, 가입 크리에이터 수가 1400명에 달한다.
김효경 부산시 금융블록체인 담당관은 "부산 핀테크 허브는 기업의 집적 기능을 넘어 스타트업 성장 플랫폼 고도화 단계로 진입했다"며 "입주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 매출 증대와 고용 창출, 사업 모델 확장 등을 통해 부산이 아시아 금융혁신의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 박동민 기자
원문: https://www.mk.co.kr/news/it/11188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