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때 헬스케어와 의료 부문에 블록체인 기술과 분산화를 결합한 '탈중앙화 과학(DeSci)'이 도입되어 저렴하고 신속한 신약 개발의 대안이 되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탈중앙화 과학 연구 지원 프로젝트 비타다오(VitaDAO)의 알렉스 도브린은 신약 출시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의료 및 헬스케어 부문의 탈중앙화 과학 확산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의학계는 빠른 기술 발전을 의미하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뒤집어서 만든 표현인, 신약 개발의 비용이 9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이룸의 법칙(Eroom's Law)'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크리닝 처리와 생명공학, 조합 화학, 전산 약물 설계 등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신약 개발이 느려지고, 더 큰 비용이 드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알렉스 도브린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신약 개발에 평균 13억 달러(한화 약 1조 7천억 원)가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룸의 법칙을 깰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탈중앙화 과학은 블록체인 도구를 활용, 자금 조달과 출판, 저작권 소유권과 같은 현대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문제의 해결을 꾀하는 웹3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나 중재자를 없애고, 사용자에게 본연의 권한을 부여하는 웹3와 암호화폐의 확산으로 추진력을 더하고 있으며, 특히 과학계의 구조적 문제나 데이터 공유 방식을 개선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언급되는 '과학계의 구조적 문제'란 특유의 느리게 움직이는 특성, 자금 부족, 부실한 기존 연구성과 공유, 투명성 부족 등을 뜻한다.

탈중앙화 과학은 과학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에 ① 동료 심사 및 출간 프로세스의 탈중앙화된 인센티브, ② 커뮤니티를 통한 연구 자금 조달, ③ NFT를 통한 IP 권한 부여, ④ 데이터 투명성 및 검열 보장까지 네 개의 대안을 제시한다.

헬스케어 업계는 탈중앙화 과학이 높은 자본 효율성이라는 잠재적 이익을 극대화하여 더 저렴하고 빠른 신약 제공을 위한 '탈중앙화 의료'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탈중앙화 의료가 기존 시스템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탈중앙화 의료는 임상시험 성과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이러한 인사이트를 협업 도구로 활용할 경우 민감한 상업적 IP를 비공개로 유지하면서 임상 연구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임상시험 단계에서도 블록체인을 적용, 임상시험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타임 스탬프와 불변성을 모두 확보해 투명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업계는 의료 산업은 정확하고 시기적절한 데이터가 중요하기 때문에 탈중앙화 의료 모델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특히 공급망, 임상 시험자 모집 및 동의 부문에서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이외에도 희귀한 질환을 알고 있는 환자가 임상시험에 더 쉽게 참여하도록 하거나 더 체계적인 임상시험이 가능케 하고, 일반인과 환자가 제약시장을 활용할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알렉스 도브린은 글로벌 제약 시장 규모가 23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1,000억 달러 이상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탈중앙화 의료 역시 1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출현이 가시화되는 등 빠른 활성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의료 업계는 특정 상황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채택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탈중앙화 의료와 중앙 집중형 의료 사이의 경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알렉스 도브린은 현재 탈중앙화 의료를 투자 가능한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 탈중앙화 과학을 통해 위험을 낮추고 있는 단계라며, 향후 두 의료 모델이 현재의 인터넷처럼 완벽하게 통합되어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벤 / 박광석 기자

원문 :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99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