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투자로 수십조원의 손실을 보며 고전했던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이 인공지능(AI)와 스마트 안경으로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메타는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를 열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가운데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Orion)'은 핸즈프리 시대를 열어갈 차세대 스마트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이 간단한 손가락 조작만으로 PC의 모든 기능을 가능하게 했다면 '오라이언'은 그 기능을 안경으로 고스란히 옮겨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드는 것과 달리 손을 사용하지 않고 컴퓨팅 기능이 가능한 기기를 선보인 것이다.
이날 공개한 '오라이언'은 시제품으로 출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많은 기술 기업들이 개발한 스마트 안경으로는 가장 완성된 기기로 평가받고 있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 앤드루 보스워스는 "이 안경이 향후 10년 이내에 소비자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스냅챗'이 최근 내놓은 자사의 5세대 스마트 안경인 스펙타클스도 사진과 동영상 촬영, AI와 음성 대화가 가능하지만, 무겁다는 한계가 있다.
구글은 최근 다시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2013년 소비자용 스마트 안경을 출시한 뒤 2년 뒤에 단종했다.
애플도 당초 내년 출시를 목표로 스마트 안경을 개발해 왔으나,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보류돼 당초 예정보다 늦어진 2025년 이후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메타 AI'도 전 세계 20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탑재됐다.
기대감은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메타 주가는 전날보다 0.88% 오른 568.31달러(75만6천64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전 세웠던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564.41달러)를 다시 경신하며 이제 600달러선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2년 전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메타버스에 '올인'하겠다고 막대한 투자를 했던 당시 계속된 손실과 역성장으로 주가는 8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시가총액 순위도 20위 밖에까지 밀려나며 '빅테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하락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페이스북 이용자에 대한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은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메타를 더욱 나락으로 빠뜨렸다.
메타는 여전히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하며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지만, AI에 대한 계속된 투자와 새로운 디바이스에 대한 연구 개발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메타는 오픈AI와 구글이 AI 열풍을 주도한 지난해 자체 AI 모델 '라마'를 선보이며 AI 경쟁에 뛰어들었고 AI 챗봇 '메타 AI'를 제품에 탑재했다.
'오라이언'은 약 10년 전부터 자체 개발을 해왔고, 2021년부터 에실로룩소티카와 함께 카메라와 스피커가 장착된 레이밴 스마트 안경을 판매해 오고 있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처음 공개하며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처럼 메타가 스마트 안경 시대를 열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마트 안경이 결국 스마트폰과 경쟁하게 될 것"이 라고 내다봤고, 로이터 통신은 오라이언을 마크 저커버그의 "미래에 대한 타임머신"이라고 평가했다.
기술 리서치 회사 포레스터의 마이크 프루 이사는 "스마트 안경은 헤드셋과 달리 소비자와 기기간 상호작용을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오라이언은) 혁신적인 3D 컴퓨팅 플랫폼이 실제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김태종 특파원
원문 : https://www.yna.co.kr/view/AKR20240926061200091?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