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술의 발달은 공연 문화까지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그간 엔터테인먼트와 공연업계는 암표상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습니다. 암표상들은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티켓을 대거 사들인 후 원가의 3~4배, 많게는 10배에 달하는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수법으로 부당 이득을 얻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콘서트나 공연을 즐기고자 하는 많은 팬들이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티켓을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암표 판매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적발하더라도 매크로 프로그램 활용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워 처벌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체불가토큰(NFT) 티켓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올해 열렸던 장범준 콘서트, 싸이의 흠뻑쇼는 NFT 티켓을 발행해 암표 거래를 원천 차단함으로써 팬들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콘서트 티켓을 구매한 한 팬은 "NFT의 N자도 몰랐지만 앱만 설치하면 쉽게 받을 수 있는 방식이라 티켓 발행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암표 거래가 안 되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매입이 원천 봉쇄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만족스러워했습니다.
그렇다면 NFT는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될까요?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뜻합니다. 디지털 자산에 고유 인식값을 부여해 위조·변조를 불가능하게 한 일종의 디지털 증명서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내가 갖고 있는 1비트코인이 다른 사람이 가진 1비트코인과 동일한 가치를 갖고 있어 교환 가능하지만 NFT는 각각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어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NFT는 메타버스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에 가상·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라는 접두어를 결합한 합성어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현실과 뒤섞인 디지털로 구현된 가상세계의 집합을 뜻합니다.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그래픽 맵이지만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현실의 거울처럼 존재하는 인터넷 기반의 세계입니다. 이 세계에서 내가 만든 아이템이나 갖고 있는 자산이 NFT입니다.
NFT는 블록체인이라는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블록체인은 분산 데이터 저장 기술로, 정보를 블록 단위로 저장하고 이를 체인처럼 연결합니다. 이미 기록된 정보는 수정이 불가능하고 모든 거래 내역이 저장·공개되기 때문에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쉽게 살 수 없는 예술품이나 고가 제품을 가상 세계에서 NFT를 통해 소장할 수 있다는 콘셉트가 크게 주목을 받으며 2020~2021년 NFT 시장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기대감이 줄어들었고 관련 사업과 프로젝트가 대거 중단되면서 NFT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최근 NFT가 디지털 소장품에 대한 증표 뿐만 아니라 공연이나 행사 티켓,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하는 수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점차 활기를 찾는 모습입니다.
NFT 공연 티켓은 소유권과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티켓이 합법적으로 발행된 것인지, 원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판매도 공식 플랫폼에서 정가 거래만 허용하도록 설정하여 암표 거래를 원천 차단합니다. NFT 티켓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일반 티켓과 달리 소장 가치를 더해주기도 합니다. 지난 4월 컴투스플랫폼은 후뢰시맨 국내 출시 35주년 기념 주연 배우 팬미팅 행사 NFT 티켓을 독점 판매했습니다. VIP 티켓은 하루도 되지 않아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디지털상에 구현된 NFT 티켓은 그 자체로 후뢰시맨 캐릭터 모습을 담고 있어 소장 가치를 더했습니다. 현장에서는 NFT 고유 시리얼 넘버를 각인하고 등장인물의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담은 실물 카드로 교환해주는 이벤트도 열렸습니다.
매일경제 / 박세윤 기자
원문 : https://www.mk.co.kr/news/economy/11116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