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경제를 탈피하려는 아랍에미레이트(UAE)이 다음 먹거리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점찍었다. UAE의 두바이 가상자산 규제 당국(Virtual Asset Regulatory Authority·VARA)과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bu Dhabi Global Market·ADGM)은 가상자산 친화적인 규제와 혜택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ADGM에는 올해 1분기 기준 195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고, 이중 291개가 금융 서비스 관련 기업이다. 이중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이나 일본 노무라 그룹산하의 레이저 디지털 등도 포함된다. ADGM이 다양한 산업에 제공하던 샌드박스 정책 등 친 기업적 환경을 가상자산 업체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DGM은 지역 내 독자적인 금융 규제 기관인 금융 서비스 규제청(FSRA)을 중심으로 2018년에 기존 금융 서비스 시장 규제에 가상자산을 포함시켰다. 지역 내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사업을 하려면 FSRA로부터 금융 서비스 허가(FSP)를 받아야 한다. 또한 전통 금융에서 각 금융기관에 요구되는 사항이 다르듯 가상자산 거래소, 커스터디 사업자, 브로커·딜러 등 행위에 따라 준수해야 할 사항을 달리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ADGM은 법인 설립 이후 50년간 법인세가 면제되는 등의 기업에 유리한 세제 혜택은 물론 지난해 2월에는 20억 달러 규모의 ‘허브71+디지털 에셋’ 플랫폼을 출범해 블록체인, 가상자산 분야 스타트업의 지원 및 육성 환경을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출범 당시 알 미리 ADGM CEO는 “세상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기술(블록체인)과 웹3.0과 같은 생태계가 부상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ADGM은 이러한 새로운 디지털 환경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의 원활하고 안전한 채택을 촉진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ADGM이 전통 금융 규제 기관은 FSRA를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받아들였다면, 2022년 3월 설립된 두바이의 VARA는 아예 가상자산만을 위해 설립된 세계 최초의 전담 독립 규제 기관이다. VARA 역시 가상자산 사업을 행위에 기초해 나누고 관련 라이선스를 △브로커-딜러 △커스터디 △거래소 등 여러 분야로 세분화했다.
특히 두바이 내 자유구역인 DMCC(Dubai Multi Commodities Centre·두바이 복합 상품 거래소) 역시 ADGM과 마찬가지로 진출 기업에 대한 50년간의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DMCC에 따르면 DMCC에는 현재 2만40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가상자산 기업이 모인 DMCC 크립토 센터에도 600개 이상의 업체가 둥지를 튼 상황이다.
이로 인해 UAE의 가상자산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4월 비트겟 보고서에 따르면 UAE 지역 중앙화거래소의 일일 활성 이용자수(DAU)는 지난해 2월 대비 68% 이상 증가하며 하루 최대 10만 명을 기록했다. 중동 전체 DAU 역시 지난해 33만 명에서 연말에는 7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도 UAE로 진출하는 중이다. 특히 클레이튼과 핀시아의 통합 메인넷 ‘카이아’가 지난해 말부터 허용된 ADGM의 분산원장(DLT) 재단 설립을 8월에 완료하기도 했다.
서상민 카이아 DLT 재단 의장은 최근 이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재단을 설립하면서 현지 규제를 검토하다 보면, 아직까지 모호한 부분들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이에 대해서 현지 규제 총괄과도 직접 소통하고, 결국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친화적’이라는 느낌을 줬다”고 했다.
이투데이 / 이시온 기자
원문 : https://www.etoday.co.kr/news/view/24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