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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동향

[정책 및 기술동향] '10조 벤처투자가' 크리스 딕슨 "AI·블록체인 유망…한국, 기술문화 리더로서 강점有"
2024.09.01

“한국은 다양한 분야, 특히 기술문화 분야를 리드하는 곳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다만 기술적인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선호합니다. 이런 면에서 저희는 ‘피플 비즈니스’, 즉 사람에게 투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딕슨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벤처캐피털(VC) 제너럴파트너(오른쪽)는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 아트홀에서 ‘블록체인은 어떻게 인터넷의 미래를 바꿀 것인가’ 주제로 열린 크리스 딕슨의 저서 ‘읽고 쓰고 소유하다’ 북콘서트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a16z는 630억 달러(약 85조8000억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VC다. 2009년 설립 후 메타, 트위터, 코인베이스, 에어비앤비, 카이프 등 유수 혁신 기업에 투자해 왔으며 최근에는 로블록스, 오픈AI, 솔라나, 스토리 등 인공지능(AI) 및 가상자산(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딕슨은 컬럼비아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경영전문대학원(MBA) 석사를 취득한 뒤 2013년 a16z에 합류했다. 2018년 76억 달러(약 10조3000억 원) 규모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스타트업 투자 전문 펀드그룹 a16z크립토를 설립해 이끌고 있으며, a16z의 투자 파트너십·펀드 전략 및 운영을 총괄하는 제너럴파트너다.

 

딕슨은 이날 북콘서트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 와서 흥미로운 스타트업 기업인들을 많이 만났고, 앞으로도 팔로업할 계획이다. 한국에 온 이유 중 하나가 이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며 “혹시라도 블록체인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제 책을 핸드북으로 삼으면 좋겠다.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이고, 특히 기술문화 분야에서 리더”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투자를 집행한 블록체인 기반 IP(지식재산권) 플랫폼 ‘스토리’에 대해 “새로운 기술은 처음엔 이상해 보일 수 있으나, 결국에는 더 유망할 수 있다”라며 높게 평가했다. 스토리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스토리의 개발사 PIP랩스(Programmable IP Labs)는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카카오에 약 5000억원에 매각한 이승윤 대표와 알파고 개발사 구글 딥마인드 출신 제이슨 자오가 2022년 공동 창업한 곳으로, 지난달 a16z가 주도한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8000만달러(약 1070억원)를 유치한 바 있다.

 

딕슨은 스토리의 IP 플랫폼과 관련 “수천명에서 수천만명이 한 IP를 재창조하는 일에 참여하면서 오리지널(원본)보다 더 좋은걸 만들어낼 수 있다”라며 “새로운 걸 만들어내면서 저작권료는 크리에이터에게 가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유망한 기술이라고 봤다.

 

투자 원칙과 관련해서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 즉 피플 비즈니스를 한다고 설명했다. 딕슨은 “저희는 주로 초기 투자를 하는데, 어느 정도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 웨이브도 봐야 하지만 준비된 마인드를 가진 사람에게 투자한다”라며 “특정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공부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모든 준비를 통해 올바른 비전을 갖고 있는가를 본다”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해당 영역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아이디어의 미로’에서 계속 방법을 찾으면서 자신들이 올바른 방향을 가기 위해 나아가는 기업을 선호한다”라며 “창업자들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 등 여러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끝까지 버티는 저력을 보여주는 사람을 선호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가장 유망한 분야에 대해서는 인공지능(AI)을 거론했다. 딕슨은 “AI가 당연하게도 강력한 흐름을 만들어낼 것이고, 블록체인이 많은 부분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딥페이크를 해결하는 방법 중 화이트리스트 접근법(이용자 인증 이후 검증된 콘텐츠만 퍼블리싱하는 법)이 있는데, 이걸 할 수 있는 게 블록체인”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분야는 규제 프레임워크가 마련될수록 잠재력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딕슨은 “유럽의 MiCA(세계 최초 가상자산법)와 미국에서 스테이블 코인 관련 내용이 논의되고 있고, 통과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스테이블 코인 활용도는 (자산, 준비금 등으로)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대형기관들이 가상자산 분야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가 확보되기만 한다면 가상자산 분야는 엄청난 잠재력을 실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 양한나 기자

원문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9019823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