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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동향

[정책 및 기술동향] AI 디지털교과서 다음엔 메타버스 학교
2024.08.11

울릉 공항 예정지에 가는 길이었다.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30분 늦게 출발한 썬플라워호는 가는 내내 심하게 흔들렸다. 야생말 위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취재 지원을 나온 공보관이 효과 즉빵이라며 일제 멀미약 두 알을 챙겨줬다. 그걸 한입에 털어 넣고 키미테까지 붙였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속에서 뭐가 계속 올라왔다.

 

하늘은 맑고 바다는 잔잔하다는 선장의 말에 속이 또 한 번 뒤집혔다. 울릉도는 아름다웠지만, 가는 길은 그렇지 못했다. 울릉도는 서울에서 포항까지 KTX로 2시간 30분, 배로 3시간 또는 4시간을 시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콧대 높은 섬이었다.

 

2026년에는 이 모든 과정을 건너뛸 수 있다. 울릉 공항이 개항되면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성난 파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여행은 고생해야 제맛이라는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기다렸다가 가는 것을 추천한다.

 

당장 가고 싶긴 한데 고생하는 건 싫고 왔다 갔다 시간 낭비하는 건 더 싫다는 사람은 위한 선택지도 있다. 메타버스 울릉도 체험이다. EBS '위캔버스'에서 울릉도·독도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울릉도에서 독도로 가는 경로를 체험하고, 새처럼 섬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구경할 수도 있다. 이런 메타버스 서비스는 3D나 4D 그래픽에 기반해 실감형 콘텐츠라고도 불린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을 뜻하는 'Meta'와 세계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물리적 현실과 가상공간을 융합해 사용자가 양쪽 모두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메타버스 세계에선 너무 멀어서 못 가는 화성, 너무 작아서 못 가는 생명체 속, 이젠 없어져 버린 마야 문명의 유적지에 갈 수 있다. 블랙홀이나 용암 속에도 들어갈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만들기에 따라 상상하는 모든 경험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세계에는 사용자 외에도 NPC(Non Player Character)가 존재한다. NPC는 사용자의 미션을 안내하거나 보상하는 역할을 한다. 울릉도에서 독도로 들어갈 수 있는 날이 1년에 50일 밖에 안된다고 말해주거나 미션 수행시 독도새우 배지를 주는 건 모두 NPC의 일이다. 사용자는 NPC를 통해 정보를 얻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용기를 얻는다.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최근에는 교육에도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새로운 무언가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고 NPC 또는 다른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 덕분이다. 메타버스는 판에 박힌 수업에 지친 아이들, 수업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을 위한 치료제로 부상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충북교육정책연구소에서 초·중·고 95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메타버스 활용 수업에 참여할 의향은 5793명(60.9%)이었는데, 그 이유로 게임 요소로 인한 수업 참여 재미 (25.8%)가 가장 많았다. 현실 세계에서 하기 힘든 새로운 경험(18.1%), 가상 세계에서 원하는 것 창작(17.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에는 메타버스 고등학교까지 생겼다. 3D 아바타를 사용해 원격으로 가상 학교에 출석하고 교육받으면서 일련의 과정을 마치면 일본 문부과학성이 인정하는 정식 졸업장을 얻을 수 있다. 산간벽지에 있는 학생이나 외모 콤플렉스가 심각해 대면 수업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메타버스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더불어 초개인화 맞춤형 학습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교육용 메타버스 플랫폼은 지금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학생이 선택한 경로와 진도에 맞춰 커리큘럼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접목되면 상호작용의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과 AI 봇이 대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AI 봇은 주인공의 이메일을 보고 그가 최근에 실연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AI는 그에게 새로운 여자를 만나 보라고 독려한다. 주인공 남자는 컴퓨터랑 이런 말 하는 게 이상하다면서도 그 제안에 따른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생성형 AI에 기반한 NPC가 학생의 데이터를 참고해 너 시험 망쳐서 기분 나쁠 테니 이번 주는 좀 쉬라고 하던가 어떤 단원을 보충 학습해 보라고 조언할 수 있다. 글로벌 온라인 과외 플랫폼 고스튜던트 펠릭스 오스발트 공동설립자는 "2030년엔 가상현실이 교육을 위한 완전한 몰입형 경험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국내에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에 정착된다면, 메타버스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사이버 폭력, 콘텐츠 부족, 고가의 기기 등도 메타버스 교육의 단점으로 지목된다. 건강 상의 우려도 높다. 온전한 몰입을 위해서는 VR 기기를 착용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무겁다. 몇 분 착용 만으로 피로가 몰려오고 멀미까지 날 수 있다. 기기 착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배를 타고 울릉도에 가는 것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멀미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울릉 공항 개항으로 멀미 고민이 사라진 것처럼 VR 기기의 멀미 문제도 일단락되기를 기대해 본다.

 

MTN뉴스 / 윤석진 기자

원문 :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40809163507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