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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동향

[정책 및 기술동향] 구글맵·아마존을 넘어…'脫중앙화 인프라' 디핀이 온다
2024.06.21

전 세계 곳곳의 운전자들이 블랙박스처럼 생긴 전용 기기를 차량 내에 장착하고 도로를 달린다. 기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업데이트된다. 운전자에게는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가상자산 ‘허니 토큰’이 지급된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핀(DePIN·탈중앙화 물리적 인프라 네트워크) 분야 대표 프로젝트인 ‘하이브매퍼’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하이브매퍼는 수집한 데이터로 현재까지 한국 등 전 세계 도로 2억 1700만 ㎞의 ‘탈중앙화 세계 지도’를 만들었다. 단순한 길 안내용이 아니다. 다른 어느 지도보다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영상 정보까지 포함된 지도다. 이 덕분에 부동산 가치·리스크 평가, 지방자치단체의 신속한 도로 및 공공시설 보수, 더 나아가 스마트 시티 조성에 활용할 수 있다. 전용 차량과 인력이 필요한 구글맵보다 제작 비용도 저렴하다. 솔라나 기반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매퍼는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멀티코인캐피털 등으로부터 2022년 1800만 달러(약 245억 원)를 투자받았다.

 

애플·구글·정부처럼 중앙화된 주체의 전유물이었던 인프라가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돼 탈중앙화하고 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중앙화된 주체가 제한적으로 공급하던 서비스가 탈중앙화되면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망·통신망·교통·부동산 등은 가장 빠르게 디핀을 적용하는 분야로 꼽힌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컴퓨팅 파워를 분산하는 프로젝트도 인기다. 메사리 창업자 겸 대표이사인 라이언 셀키스는 ‘2024년 가상자산 업계 전망’ 보고서에서 AI에 필수인 컴퓨팅 파워에 디핀이 결합되면 탈중앙화 슈퍼 컴퓨터를 통한 AI 모델 훈련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비트텐서 등의 프로젝트는 AI 모델 훈련에 참여하는 개인들에게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한다.

 

아카시 프로젝트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클라우드를 대체한다는 포부다. 아카시는 특별한 하드웨어가 없어도 비용을 지불한 만큼 컴퓨팅 파워를 빌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누구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할 수 있는 2차 시장을 만들고 참여자가 아카시네트워크토큰(AKT)으로 보상을 받는 구조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 a41의 마케팅 자회사인 모아의 한 관계자는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AI 앱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는 지난 18개월 동안 약 10배 증가했다”면서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아카시 네트워크 같은 디핀 프로젝트가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아카시는 최근 엔비디아의 H100, A100 80GB, A6000 그래픽 카드를 서비스에 추가했다”면서 “이용료가 시간당 1.5달러 이하로 업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소수 빅테크 기업이 독점해온 시장에 디핀 프로젝트가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는 셈이다.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AKT는 지난달 국내 1·2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원화마켓에도 상장됐다.

 

다만 디핀 프로젝트의 투명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모아 관계자는 “아이오닷넷 프로젝트는 플랫폼에서 대여 가능한 GPU 개수가 약 320개였는데 이를 56만 4306개로 부풀려 논란이 일었다”고 지적했다. 더 많은 사용자의 참여도 절실하다. 바이낸스 리서치는 “토큰 가격 변동성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디핀의 핵심 구조가 토큰 보상 체계인 만큼 토큰 가격이 떨어지면 이용자들이 디핀 네트워크에 참여할 동력을 잃는다. 반대로 토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도 네트워크 가스비(수수료)가 높아져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부담스러워진다. 바이낸스 리서치는 “디핀 프로젝트가 지속 가능하려면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토크노믹스와 운영 모델 구축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서울경제 / 도예리 기자

원문: https://www.sedaily.com/NewsView/2DAJV9YD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