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3년 전 신사업으로 야심 차게 내놨던 메타버스 플랫폼의 성장세가 확연히 꺾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분기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났다. KT와 LG유플러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무실하거나 소리소문 없이 철수한 신사업이 수두룩하다.
10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올해 1분기 MAU는 59만8631명에 그쳤다. 전년 동기(118만3056명)와 비교하면 49.4% 급감했다.
SK텔레콤이 메타버스 사업에 진출한 것은 2021년 7월 이프랜드를 출시하면서다. 2022년 11월엔 베트남 등 총 49개국에 서비스를 확대했다. 글로벌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의 동남아시아판을 만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충성 이용자가 좀처럼 생겨나지 않으면서 사업 확장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천 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대규모 메타버스 공연장을 도입하겠다던 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날 이프랜드 내 걸그룹 에스파의 팬 커뮤니티를 도입한 것도 급감하는 MAU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설치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의 광고 마케팅을 계속해왔다”며 “언제까지 일시적인 모객 효과에 의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회사 내부 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이 사업을 왜 계속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되는가 하면, 관련 사업부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애초에 신사업 발굴 및 추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업계에선 ‘신사업 암흑사(史)’가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이 KT, LG유플러스와 손잡고 2012년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조인’이 대표적이다. 당시 통신 3사는 카카오톡이 흥행하자 문자메시지·채팅·파일 공유를 결합한 서비스를 내놨다. 카카오톡과 비슷한 기능으로 이용자를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해당 서비스는 2015~2016년 중단됐다.
2020년에는 통신 3사 모두 각각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관련 서비스 역시 소리소문 없이 사업 규모를 줄이다가 지난해 철수했다. LG유플러스는 2021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이 유행하던 시절 ‘유플러스 다이브’라는 AR·VR플랫폼을 내놨다가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올 들어 신사업 철수 사례가 가장 많은 곳은 KT다. KT는 올해 상반기 베트남 하노이에 건강검진센터를 설립하겠다던 계획을 최근 전면 백지화했다. 지난해 5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뜬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 서비스 사업을 발표하고 1년이 채 안 됐다. 지난 1월에는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관리 플랫폼 사업을 2년 만에 정리했다.
통신 3사가 마구잡이식으로 신사업을 벌이는 것은 통신 사업이 정체기를 맞고 있어서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통신사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보겠다’는 구호는 같고, 사업 분야만 달라지는 행태가 반복된다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수백 가지를 놓고 여러 차례 검증하다가 한두 개에 뛰어드는 것이 정석”이라며 “통신사들이 사업성 검토를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 정지은 기자
원문: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1064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