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2025년은 메타의 성패를 가르는 해가 될 것이다.’
2020년대 초 ‘메타버스 붐’을 일으킨 메타의 앤드루 보스워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월 사내 메모에서 “2025년은 리얼리티 랩스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가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 플랫폼의 본격적 개화를 강조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웨어러블 장치가 다시 한번 불꽃을 일으킬 것이란 예고였다. 리얼리티 랩스는 메타버스 사업을 총괄하는 메타의 핵심 부서다.
침체에 빠졌던 메타버스산업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AI 등 첨단 기술과의 결합으로 현실감과 활용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서다. 해외 빅테크들은 생성형 AI와 확장현실(XR), 지식재산(IP)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메타버스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여전히 게임·공공 등 일부 분야에 매몰된 채 대중적 확산과 산업 간 융합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꺼지지 않은 메타버스 열기
2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은 메타버스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중심에서 벗어나 메타버스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사명까지 바꾼 메타(옛 페이스북)는 올해 말까지 스마트 글라스(안경)에 AI 비서를 결합한 ‘하이퍼노바’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실 세계와 가상 정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증강현실(AR) 기반의 AI 웨어러블 기기라는 점이 특징이다. 메타는 2023년 자사의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를 모바일 버전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9월엔 신형 AR 글라스 ‘오리온’을 공개하는 등 메타버스 연관 사업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애플도 메타버스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X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개발한 뒤 공간컴퓨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공간컴퓨팅은 실제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정보를 융합해 사용자가 현실과 가상을 동시에 체험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AI와의 결합으로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것이 공간컴퓨팅의 핵심 기능으로 꼽힌다. 애플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스마트 안경과 XR 헤드셋 ‘비전 프로 2’ 등 차세대 기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해외 빅테크들은 현실에서 메타버스 세계로 자연스럽게 진입하도록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펴고 있다. AI와 XR 기술을 활용해 일상적 디지털 경험을 메타버스 환경으로 점차 확장하려는 시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은 메타버스 본격 진입에 앞서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주는 ‘브리지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AI를 접목한 기기는 일상에서 점진적으로 가상 경험을 늘려가는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메타버스 한계 뛰어넘는 AI
최근 몇 년간 메타버스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해 몰입감이 낮았던 데다 콘텐츠 제작 비용이 한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이런 한계가 서서히 해소되고 있다. 자연어 처리(NLP), 예측 분석, 실시간 반응 기술은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보다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이끈다. 특히 생성형 AI는 텍스트, 음성,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입력값에 따라 새로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만들어내 몰입감을 높인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AI는 고비용 콘텐츠 제작을 대체하고,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메타버스의 상업적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며 “사용자의 위치나 관심사, 감정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그에 맞는 환경과 캐릭터, 스토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시스템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AI와 결합된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범주를 넘어 현실과 가상,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무는 ‘초연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몰입형 경험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VR·AR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의료,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항공우주, 국방 등 분야에서 직업훈련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산업 영역은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미국 내 100대 기업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제조업 경영진의 92%가량이 생산 효율화나 예측 정비 등을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는 한국
세계적 흐름과는 달리 한국의 메타버스산업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 진출한 건 네이버,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과 통신사 등이다. 한때 네이버의 ‘제페토’가 글로벌 유저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지만 기술 발전과 플랫폼 확장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성장이 정체됐다. 카카오와 통신 3사 등도 메타버스 신사업을 추진했지만 사업 중단이나 축소를 겪으며 현재는 방향을 재조정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도 사실상 메타버스 투자를 멈췄다. 메타버스 서비스를 해온 넥슨의 넥슨타운, 컴투스의 컴투버스 등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넷마블 에프앤씨는 지난해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 70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법인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컴투스 또한 지난해 9월 컴투버스 직원을 대상으로 인력 감축을 했다.
일부 국내 기업은 엔터테인먼트와 K팝 등 문화 콘텐츠와 결합하거나 산업·교육 등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했을 때 기술력, 자본력, 생태계 측면에서 열위에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메타버스 관련 규제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전 세계 최초로 지난해 ‘가상융합산업 진흥법’(메타버스법)을 마련하고 메타버스 시장 육성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디지털 자산, 개인정보 보호, 미성년자 보호 등에서 구체적 기준과 세부 지침이 미흡해 기업들이 혁신적 서비스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경제 / 안정훈 기자
원문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42286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