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산업의 큰 이정표가 된 해다. 국내에서는 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제도권 진입이 본격화됐고 해외에서는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상장지수펀드)가 승인됐다. 이제 블록체인은 기술적 도구를 넘어 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며 일상과 비즈니스 방식을 재정의하고 있다.
이달 1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국내 대표 블록체인 콘퍼런스인 ‘업비트 D 콘퍼런스(UDC)’에서는 글로벌 블록체인 선구자인 분산형AI협회(DAIS) 협회장 마이클 케이시와 이석우 두나무 대표의 키노트 대담이 진행됐다. 대담에서는 탈중앙화와 데이터 소유권 분산의 핵심 대안으로 블록체인과 AI의 융합이 강조됐다.
케이시 협회장은 기조연설에서 블록체인 산업의 과거 경험에 비춰 변화의 흐름을 조명했다. 그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마운트곡스 사태에서 모두 제도에 대한 신뢰 문제가 나타났다”며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 거버넌스, 시스템 등에서 하락한 신뢰에 대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케이시 협회장은 또 “버블은 혁신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버블은 투기를 낳고 그렇게 쌓인 자본은 혁신을 시도했다”며 “2000년대 닷컴 버블은 구글과 메타를 등장하게 했고 이후 오픈소스 코드가 제공됐다. 이것이 블록체인의 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오픈소스 코드로 혁신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카르다노, 솔라나 등의 가상자산이 등장했고 NFT 붐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비트코인이 폭락할 때마다 자금이 유입됐고 전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규제가 도입됐다는 설명이다.
케이시 협회장은 중앙시스템에 대한 의존성을 낮출 도구로 AI(인공지능)를 강조하며 “데이터 주권을 갖고 모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그런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거대 플랫폼에 굴복할 것인가”라며 데이터 주권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케이시 협회장에게 고도로 중앙화된 인터넷 시스템의 위험성과 웹3.0 채택에 대해 질문했다. 케이시 협회장은 “메타,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 독점과 프라이버시 이슈가 있지만 사용자들은 알면서도 편리함 때문에 서비스를 계속 이용한다”며 “웹3.0 채택은 데이터 건전성, 프라이버시 등 윤리적 이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재미있고 몰입감이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웹3.0과 AI의 역할에 대한 논의에서 이 대표는 “웹3.0의 UX(사용자경험)·UI(사용자환경)가 아직 복잡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와 웹 사이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시 협회장은 블록체인과 AI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블록체인과 AI를 구분해 생각하는 것은 웹2.0식 사고”라며 “웹3.0은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연산능력에 대해 소유권을 분산하는 것으로 AI가 처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추적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이 늘어나는 동시에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점차 고도화되고 있음을 느낀다”며 “글로벌한 흐름은 환영할 소식이지만 동시에 우리에게도 많은 고민과 숙제를 안겨준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가상자산이 국경의 구애를 받지 않듯 우리도 시야를 넓혀 글로벌 무대를 바라봐야 한다”며 “주요국들의 가상자산 정책 움직임에 따라 우리 제도도 함께 변화해야 하고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국내 가상자산 산업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업비트 D 콘퍼런스는 ‘블록체인: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주제로 개최됐다. 행사는 △가상자산 활용 사례와 경제적 효과 △가상자산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에 관한 쟁점과 과제 등 3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오프라인 현장 강연과 온라인 생중계로 동시 운영됐으며 행사장을 직접 찾은 방문객은 1350명을 기록했다.
동아일보 / 전주영 기자
원문 :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1127/1305094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