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새로운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플랫폼 ‘점프(Zump)’를 내놓는다. 네이버는 또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와 별개로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집중 겨냥하기 위한 것이다. 제페토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시장을 세분화해 투 트랙 전략을 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14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이르면 올해 말 점프를 일반 이용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8월 기술검증(PoC)을 진행한 후 막바지 담금질 중이다.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스노우는 네이버제트에서 점프 조직을 분리해 스노우 산하로 개편했다. 네이버제트는 제페토를 서비스하는 스노우 계열사다.
점프는 수천 명의 이용자가 아바타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3D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제작 지원 기능을 통해 텍스트 입력으로 손쉽게 가상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 또 제페토와 달리 웹 기반이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진입장벽이 낮고 대규모 인원이 동시 접속해도 수용할 수 있다. 수만 명이 동시에 즐기는 온라인 공연이나 이벤트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네이버가 제페토에 이어 점프를 개발한 건 기업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자체 플랫폼보다는 기업의 별도 채널에 가상공간을 구축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업 고객이 원하는 타깃층을 공략하거나 기업의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는 등 유연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8월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와 진행한 PoC도 이런 형태다. 플레이브가 참여하는 메타버스 접속 링크를 팬들에게 공유해 타깃층이 그대로 유입될 수 있게 했다. 멤버들이 참여하는 미니게임, 콘서트를 진행해 예상 접속 인원(3만명)보다 5배 많은 이용자가 몰렸다.
특히 엔터테인먼트나 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엔터사나 버튜버(가상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스트리밍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체험 교육 현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교육 분야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교육 플랫폼 ‘웨일 스페이스’, 교육용 디바이스 ‘웨일북’으로 에듀테크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이나 주요 대학 등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우후죽순 생겨나던 메타버스 플랫폼은 소강상태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 중에는 제페토가 살아남았고 B2B 시장을 겨냥한 메타라운지(KT), 컴투버스(컴투스) 등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여전히 B2B 영역에서 메타버스 활용도가 높고 주도적인 사업자가 없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올해 1289억8000만달러(약 177조8892억원)에서 연평균 38% 성장해 2033년 2조3697달러(약 3268조 290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B2C(제페토)와 B2B(점프) 시장을 투 트랙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2018년 출시한 제페토는 일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누적 가입자 수 4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자신만의 아바타를 꾸미고 세계를 구축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하다. 패션 브랜드나 유통사가 제페토 안에서 마케팅 이벤트를 여는 등 B2B 사업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B2C 중심이다. 스노우 관계자는 "하나의 플랫폼이 모든 시장 니즈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제페토와 겹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 최유리 기자
원문 : https://view.asiae.co.kr/article/2024111315273609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