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버블경제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블록체인·웹3를 통해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저성장을 이어온 일본이 어떤 형태로 돌파구를 마련해 시장을 발전시켜나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전 자유민주당 디지털사회추진본부 웹3프로젝트팀 좌장이자 중의원 출신 타이라 마사아키를 디지털청 디지털대신이자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으로 임명했다.
그는 웹3와 대체불가토큰(NFT)을 언급하며 일본의 지방창생(지방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데에 이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관계 부처들 내 시책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어떤 형태로 시장을 발전시키고 있을까. 일본에게 블록체인 시장이 중요한 이유와 규제 현황을 순서대로 메타버스와 NFT,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영역에 적용해 살펴본다.
■ 2022년 FTX 거래소 파산 사건, 日에게는 부활의 계기로 작용
일본이 2014년과 2018년 각각 마운트곡스, 코인체크 거래소 해킹 사건을 겪으며 암호화폐으로 대표되는 신기술 시장에 소극적인 정책을 펼쳐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투자 피해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꼽혀왔던 자금 분리보관법, 고객신원확인제도 등과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된 소득에 대한 고세율은 해외 기업들의 일본 진출과 스타트업 성장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일본에서 활성화된 대부분의 웹3 프로젝트는 모체가 대기업 혹은 메가뱅크에서 파생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FTX 거래소 파산 사건 당시 일본이 관련 규제를 사전에 정비한 덕분에 거의 유일하게 투자자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당시 일본 금융청은 발빠르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TX 재팬 주식회사에 대해 2023년 12월 8일자로 발행한 자산의 국내 보유 명령 기한이 2024년 3월 9일에 도래하지만, 당사는 모회사인 FTX 트레이딩에 의한 FTX 그룹사와 관련된 미국 연방파산법 수속 대상에 포함돼있기 때문에 자산이 국회 관련 기업 등으로 유출돼 투자자의 이익을 해치는 사태를 초래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FTX 재팬에 대해 당시 상황을 일본 금융상품거래법 제 56조의 3항에서 정하는 '공익 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고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공지했다.
이후 일본은 본격적으로 개방 정책을 전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준비기간 동안 자유민주당 디지털사회추진본부는 'NFT 백서'와 'AI 백서' 등 블록체인 관련 자료들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주 1회씩 기술의 실질적인 생활 적용을 위한 주기적인 자리를 이어간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개최된 웹X가 성황리에 개최된 점,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들이 일본 규제를 벤치마킹해 시장을 정비해나가고 있는 점도 일본 정부에게는 호재였다.
■ 日, 블록체인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고령화·가출 청소년' 등 사회문제 해결책과 직결
일본이 블록체인 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 대내 요인으로는 사회문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과거부터 언급되어온 고령화와 이에 기인한 지방경제 침체뿐 아니라 최근 증가하는 가출 청소년 문제 역시 일본의 주요 사회문제 중 하나로 언급된 바 있다. '토요코 키즈'라는 고유명사가 생겨났을 정도로 일본은 등교거부를 하거나 가출하는 청소년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와 맞물려 미성년자 성매매 문제에도 불이 지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령대도 11~14살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돌파책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했다.
메타버스의 경우 오사카와 벳부 등 유명 관광지역이 메타버스 플랫폼인 포트나이트와 로블록스 같은 곳에 게임으로 등장해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비교적 유명하지 않은 지역도 지적재산권(IP)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도쿄시와 나가노현은 지난 5월 각각 관광도시 브랜딩을 위해 메타버스 외국인 교류 플랫폼 운영과 '우주소년 아톰' 콜라보레이션 디지털 카드를 발매했다. 기후시 역시 NTT 그룹 자회사와 함께 메타버스를 통해 전통 마을의 모습을 재현하고, 박물관을 공개했으며 가나가와현 카가시도 아바타를 통한 도시 방문 등을 지원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이중에서 나가노현 나가노시는 '마인 크래프트' 플랫폼을 활용한 시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추가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가출청소년, 등교거부 청소년 관리와도 이어진다. 이미 일본 곳곳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을 참여하거나 모의고사를 풀고,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고 여기에 공공기관 행정이나 민원 서비스도 일부 메타버스화 되기 시작했다.
현지 업계에서 사업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한 담당자는 "메타버스 시장 자체가 아직 완전히 활성화됐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청소년들이 익숙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를 장기간 키워간다면 분명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국가 브랜딩이나 시장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NFT 역시 디지털 주민등록증, 지역 특산품 한정판매 등에 기념증으로 적용된다. 10월에는 일본 야마가타현이 디지털 주민표로서 NFT를 두 번째 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지역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 꼽힌다. 해당 지역 온천을 이용해오던 인원 2000여명이 주민표를 구매하며 지방경제 상생과 홍보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일본은 디지털 주민표 NFT 보유자들에 한정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참가권, 공유 장업공간 무료 이용 등이 혜택을 적용중이다.
비즈트리뷴 / 양소희 기자
원문 : https://www.biztribu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5348